캐내디언 아티스트 에밀리 정은 한국에서 살았던 유년시절의 애틋한 추억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10살 때 태권도를 배워 검은 띠 이전 급인 품띠를 땄으나, 코치는 그녀가 스스로를 지킬 수 있게끔 하기 위해 계속 가르쳤다.
정 씨는 Pancouver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캐나다에 오기 전에, 저희 태권도 코치님이 저와 제 동생에게 이름이 새겨진 검은 띠를 선물해 주셨어요“라 하고, “코치님이 ‘만약 다른 아이들이 너를 괴롭히거나 인종차별을 하려고 하면, 그 친구들에게 이 검은 띠를 보여주라’고 하셨어요” 라 덧붙이며 그 시절을 떠올렸다.
캐나다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은 학교에서 인종차별을 겪게 되었으나,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크게 상심하지 않고 잘 적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 씨는 새로운 나라로 이민 가는 것이 본인에게 꽤나 잊기 힘든 경험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녀는 한국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한국의 관습, 언어 또는 사회 분위기에 익숙했다. 캐나다로 온 후로는 주변환경이 갑자기 바뀌었으니, 모든 것을 다시 배우고 적응해야 했다.
정 씨는 “아마 그때의 경험이 제 성격에 여러 방면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 같아요.” 라고 말한다.
그 경험은 작품 스타일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그녀의 작품에서 언어적 배경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 씨는 토론토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시각 예술가이자 극작가, 그리고 예술 기획 및 운영 관리자 역할을 통해 그녀의 한-영 이중 언어성을 나타내고 있다.
정 씨는 인터뷰에서 현재 한국의 한 예술가 그룹과 함께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한국어 연극 훈련을 존중하면서도 원주민 예술가들에게서 영감을 받은 드라마트루기 과정(Drama-trugical process: 대본의 분석, 주제 탐구, 캐릭터 개발, 시대적 배경 연구 등을 포함하며, 공연의 전체적인 예술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말 멋진 경험이었어요.” 라 덧붙이며 이 작업에 대한 만족스러움을 드러냈다.
밴쿠버에서 정 씨는 10일간의 rice & beans 극단 레지던시에 참여해, “Dead Korean Girl Comedy Show”라는 이중 언어 희곡을 워크숍 형태로 진행 중이다. 그녀와 마찬가지로 떠오르는 극작가인 테헤란 출신의 퀴어 아티스트 Sarvin Esmaeili는 이 극단의 다성적 번역 레시던시(Polyphonic Translation Residency, 다양한 언어와 문화의 관점을 다루는 번역 프로그램)에 처음으로 선정된 인물들이다.
한국 귀신 이야기와 코미디를 접목한 연극
rice & beans 극단의 예술 감독 Pedro Chamale의 지휘 아래, Polyphonic Translation Residency는 극단의 DBLSPK 프로그램 확장의 시작을 알렸다. DBLSPK는 ‘공연에서 언어와 문화의 관계를 탐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rice & beans 극단의 활동을 말한다.
웹사이트에서는 “DBLSPK 프로그램 기간 동안, 레지던스 아티스트들은 협력자들과 함께 스튜디오에서 작업하고, 그 후 워크숍 형식의 공개 공연에서 새로운 다국어/번역 작업의 일부를 선보일 기회를 갖는다.” 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아티스트는 공연 후 관객과 대화를 나누며, 프로젝트와 관련된 연구 주제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한다고도 설명한다. 극단은 Jennifer Park과 공동 창작한 ‘Dead Korean Girl Comedy Show’와 Esmaeili의 ‘Maman, do you love me?’를 6월 9일 오후 7시 Progress Lab 1422호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정 씨는 이 연극이 아시아 여성 귀신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지만, 전혀 무섭지 않다고 강조한다. 또한 이것은 코미디 장르이며, 최근의 반아시안 증오 사건이 ‘Dead Korean Girl Comedy Show’에 영감을 주었지만, 슬픈 이야기를 만들 생각으로 쓴 작품이 아님을 밝힌다.
“특히 이 글을 쓰는 과정이 저에게 위로를 주면서도 까다로웠어요. 왜냐하면 등장인물들은 귀신이거든요. 해를 입을 수 있는 육체가 없어요.” 라고 말했다. 옮긴 이의 생각으로는, 작품에서 드러나는 그들의 혼란스러움을 그녀도 같은 이주민으로서 함께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한다. 연극에서 등장하는 귀신들은 캐나다에 있는 한국인이다. 캐나다의 죽은 자들을 위한 정부와 한국 민속 문화를 바탕으로 한 한국 사후 세계가 등장하는데, 작품은 주로 이 두 세계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마거릿 조(Margaret Cho)의 영향을 받아
정 씨는 캐나다에서의 한국 이민자의 역사가 여전히 짧은 것을 언급했다. 황 태용(Tae-Yong Huang)은 기독교 선교사들의 후원을 받아 의료인턴으로 1948년 토론토에 이민 온 첫 번째 한국 이민자로 알려져 있다. 고려대학교의 사회학자 윤 인진(In-Jin Yoon)에 따르면, 1965년 당시만 해도 캐나다에서의 한국 이민자는 단 70명뿐이었다고 한다. 한편 2021년 캐나다 인구조사에 따르면, 한국 문화 또는 민족적 기원을 가진 사람은 217,650명이며, 한국계 캐나다인은 218,140명으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정 씨는 rice & beans 극단의 레지던시에서 이 연극을 한국어와 영어 자막을 첨부할 계획이다. 그녀는 한국어와 영어를 사용하는 모든 관객이 이 연극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어 한다. “모든 이민자는 디아스포라(Diaspora: 해외에 거주하는 재외국민들의 커뮤니티)에 있을 때 일종의 제3의 언어가 생긴다는 걸 알고 있죠.” 정 씨가 말한다. 그녀는 북미식 한국어 영어가 드러나는 재외 한국인 캐릭터와 국내 한국인 캐릭터 간의 대사에 이를 반영했다고 한다. 또한 연극에 많은 부조리함을 포함했기 때문에 때로는 내용이 조금 어둡고 거친 면이 있다고도 한다.
이에 Pancouver는 그녀가 한국계 코미디언인 Margaret Cho의 영향을 받았는지 물어보았다. Cho는 성 소수자(LGBTQ)의 아이콘으로, 북미 대중문화에 영향을 미친 많은 한국계 예술가들 중 한 명이다.
“저는 Margaret Cho가 한국인이든 아니든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요.” 라고 정 씨가 재치 있게 말한다. 또한 그녀의 많은 친구들을 떠올리게 한다며 Cho가 아시아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점이 특히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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